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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을은 무리한 부탁까지 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September 21, 2026
- 용역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나 대행사로부터 종종 애매한 부탁을 받게 된다고 한다. 계약서에는 없지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냐’는 식의 요청들.
- 사실 관계가 충분히 좋고, 부탁 자체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굳이 안 해줄 이유는 없다. 작은 호의 하나가 다음 프로젝트, 다음 관계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문제는 그 작은 부탁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때, 그리고 어느 순간 무리한 것을 넘어 무례한 요구로 바뀔 때다.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기억해야 할 건, 아무리 클라이언트라 해도 일은 결국 기브앤테이크라는 것. 우리는 돈을 받고, 그들은 용역을 얻는다. 그들의 프로젝트 중 어떤 업무를 대신 맡아주고,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인 셈이다. 딱 떨어지게 계산할 순 없겠지만, 받은 돈의 최소 110%, 되도록 120% 정도의 일을 해준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게 서로에게 좋달까. 실제로 그 정도는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
-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이 해야 하는 일’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것. 우리는 용역 대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지, 그들 개인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
- 그래서 가끔은 짧고 분명한 거절이 필요하다. 난처하더라도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명확히 말하는 편이 서로에게 나을 때가 있다.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오히려 ‘해줄 것처럼 하다가 결국 안 해준’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사실 이게 더 큰 문제다. 괜히 착한 사람이 되려다가 평판과 신뢰만 깎아먹는 셈.
- 단박에 거절이 어렵다면, 대답을 일단 미루는 것도 하나의 스킬이다. 특히 주니어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방법. “일정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 팀장님께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같은 식으로, 부탁을 받자마자 바로 승낙하지 않는 것.
- 이때 포인트는 ‘어쩔 수 없지만 반박 불가능한 핑계’를 대는 것이다. 일정이 안 돼서 이번엔 어렵다거나, 조직의 방침상 어렵다더라는 식의 이유는 상대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이기 때문. ‘물론 나는 해주고 싶지만’이라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거절하는 방법이니 개인의 부담은 줄이면서 거절할 수 있다.
- 흥미로운 건, 이런 무리하거나 무례한 부탁을 하는 담당자일수록 주니어에게 다이렉트로,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들도 아는 거다. 더 윗 직급에게 부탁하면 욕을 먹거나 거절당하기 쉬운 일이라는 걸.
- 예전에는 되도록 대부분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지나고 보니 꼭 그러지 않았어도 되는 것들이 꽤 많았다. 물론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와 회사를 만들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느끼는 건 좋은 클라이언트와의 건강한 협업 관계가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부탁이 쌓여가는 관계는 언젠가 그 부탁이 거절당하는 순간 하락장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 물론 어디까지가 합당하고 어디부터가 무례한 것인지, 그 경계는 늘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 판단이 어려울 땐 주변의 조언을 구하는 게 도움이 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되도록 ‘일 잘하는 상사 또는 관리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낫다는 것. 같은 레벨의 주니어들끼리는 비슷한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리한 요구 아닌가 싶은 것도 상사 입장에선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일 수 있고, 반대로 해줘도 되는 작은 일이 조직 입장에서는 오히려 예민한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 갑과 을 사이에도 나름의 균형이라는 것이 있다. 완벽히 경계를 긋고 지키기는 어렵겠지만, 스스로 그 선을 그어보고 또 지워보는 과정이 슈퍼을로 성장해 나가는 길 아닐까. 나를 갈아넣지 않는 협업 관계를 하나씩 늘려가는 것 부터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