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리더
좋은 을은 무리한 부탁까지 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용역사로 살아남기 시리즈

용역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나 대행사로부터 종종 애매한 부탁을 받게 된다고 한다. 계약서에는 없지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냐’는 식의 요청들. 사실 관계가 충분히 좋고, 부탁 자체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굳이 안 해줄 이유는 없다. 작은 호의 하나가 다음 프로젝트, 다음 관계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작은 부탁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때, 그리고 어느 순간 무리한 것을 넘어 무례한 요구로 바뀔 때다.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억해야 할 건, 아무리 클라이언트라 해도 일은 결국 기브앤테이크라는 것. 우리는 돈을 받고, 그들은 용역을 얻는다. 그들의 프로젝트 중 어떤 업무를 대신 맡아주고,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인 셈이다. 딱 떨어지게 계산할 순 없겠지만, 받은 돈의 최소 110%, 되도록 120% 정도의 일을 해준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게 서로에게 좋달까. 실제로 그 정도는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

#work
September 21, 2026
어쩌다 리더
‘열심히’ 라는 말은 이제 재정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카드를 섞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 세스 고딘의 롱블랙 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다. 창업을 하고 나니 갈수록 카드가 쥐어지길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 되었다. 나름 주도적인 성격이라 생각했지만, 원하지 않을 때에도 카드를 직접 섞어야만 하는 상황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고역이다. 끌려가지 않고 어디로 나아갈지 스스로 결정하는 일, 게다가 개인도 아닌 조직이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무게를 견디다보니 자연히 마주치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가’. 세스 고딘은 한국이 60년 동안 반복해온 ‘열심히’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반복의 열심함 말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가’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정말 말 그대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미래를 궁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에 가까운 것 같다. 세스 고딘이…

#work
September 15, 2026
어쩌다 리더 · trend
AI는 이제 엑셀이 되어버렸습니다
할 줄 아는 게 기본, 못 하면 감점 대상

요즘 취준생들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AI를 얼마나 써야 적당한 건지, AI 활용능력은 또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것. 실제로 많은 JD에 ‘AI활용능력’이 필요하다고 쓰여있으니,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최근 채용을 진행하며 여러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해보니, 뽑는 입장에서는 고민의 방향 자체가 조금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서류에 AI를 마음껏 쓰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너도나도 쓰다 보니 디자인도 구성도 비슷한 모양으로 수렴해 간다는 점. 성의 없이 짧게 쓴 자기소개서나 보노보노 PPT처럼, 예전 같으면 낙제점에 가까웠을 서류는 이제 없다.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가 된 셈인데, 그 대신 다들 비슷해 보이기 시작했다. PPT를 조금 더 잘 만든다고 큰 플러스가 되지도 않는다. 껍데기를 만드는 능력으로는 더 이상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 셈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 채용담당자들은 ‘AI에 숨은 가짜’를 찾기…

#work trend
September 07, 2026
어쩌다 리더
실무를 모르는 리더는 되고 싶지 않아 - 고통과 분노의 일기
실무를 잘 해본 경험이 없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 정말로..

실무에서 멀어진 지 오래된 분들과 일하는 건 솔직히 고역이다. 회사의 대표나 임원, 업계에 오래 몸담은 선배들 중에 그런 분들이 유독 많다. 그들이 꼭 실무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잘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실무를 잘 알지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다면 그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무 말고 그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 그것도 실무와는 한참 거리가 먼, 실무자는 절대 할 수 없는 종류의 일. 판을 깔고, 사람을 모으고, 마지막에 책임을 지는 일 같은 것. 그런데 문제는 늘 반대편에서 터진다. 디테일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말이다. 실무를 모르는 관리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꾸는 건 언제나 실무자의 몫이다. ‘그냥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는’ 일의 과정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자잘한 일들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람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일들이 본인이 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달까? …

#work
August 20, 2026
어쩌다 리더
넘치는 피드백 방법론들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법
좋은 피드백에 정답은 없다

좋은 리더의 역할, 좋은 리더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피드백’이다. 대표적인 사람싫어 인간인 나는 피드백의 필요성에 대해 아주 회의적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도 있을 부사수에게 열심히 피드백을 하는 것이, 지금은 조금 귀찮거나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와 팀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해야, 이 사람이 앞으로도 나와 같이 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새로운 팀원들이 많아지면서 ‘좋은 피드백’에 대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 인터넷과 책에는 ‘좋은 피드백 하는 법’이 넘쳐났다. 여러가지 방법들을 적용해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맞나’, ‘나는 리더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늘었다. 원온원이 예정된 날에는 출근하기가 싫었다. 다들 맞다고 하는 방법을 나만 제대로 못 해낸다는 생각에 점점 위축됐고, 한동안은 스스로를 리더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

#work
July 13, 2026
기획자의 일 · 어쩌다 리더
고장 난 피아노로 최고의 연주를 해냈으니 Win-Win인가요?
‘그래도 잘 됐잖으니 괜찮은 거 아니야?’같은 X소리

❓ 이 글은 우연히 롱블랙에 실린 글을 공유받아 읽고, 화가 나서(정확히는 열폭해서) 쓰는 글입니다. 엉망이었던 피아노가 최고의 연주를 만든 셈? 롱블랙은 아마도 잘못이 없다..! 키스 자렛 이야기는 사실 원래 알던 일화다. 고장 난 피아노 연주로 만들어진 태어난 명반. ‘엉망이었던 피아노가 최고의 연주를 만든 셈’이라는 표현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예상 밖의 변수가 끼어드는 순간, 집중력이 치솟고 새로운 방식으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어떤 힘이 발휘될 수도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인간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최선을 다하게 하는 상황이 때로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탁월해지고 싶다면 불완전함을 사랑하라’는 식으로 풀어놓으니…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난관 앞에서 사람은 종종 자기도 몰랐던 힘을 꺼내 쓴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성장한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 때로는 그런 어려움을 즐기고, 성장하는 순간의 쾌감을 …

#planning work
July 0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