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의 역할, 좋은 리더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피드백’이다.

대표적인 사람싫어 인간인 나는 피드백의 필요성에 대해 아주 회의적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도 있을 부사수에게 열심히 피드백을 하는 것이, 지금은 조금 귀찮거나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와 팀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해야, 이 사람이 앞으로도 나와 같이 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새로운 팀원들이 많아지면서 ‘좋은 피드백’에 대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 인터넷과 책에는 ‘좋은 피드백 하는 법’이 넘쳐났다. 여러가지 방법들을 적용해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맞나’, ‘나는 리더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늘었다. 원온원이 예정된 날에는 출근하기가 싫었다. 다들 맞다고 하는 방법을 나만 제대로 못 해낸다는 생각에 점점 위축됐고, 한동안은 스스로를 리더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새 나와 1~3년을 함께 보낸 팀원들에게 하나둘 부사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각자 좋은 인재를 남기겠다고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는 걸 보면서, 시행착오 끝에 찾은 내 피드백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특히 나처럼 MBTI가 I거나 T인 사람들(나는 대문자 ISTJ다), 정형화된 피드백 공식이 오히려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1. ‘좋은 피드백’에 정답은 없다

좋은 피드백에 정답은 없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이란, 내가 잘할 수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할 수 있고, 상대에게도 나쁘지 않게 통하는 방식이다.

2. 모두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줘야 하는 건 아니다

‘좋은 리더는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준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그런데 이게 모두에게,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원칙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직접적인 지시를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열린 질문을 원한다(성향 차이). 어떤 사람에게는 지시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위임이 필요하다(역량 차이). 어떤 순간엔 단순명확한 지시가, 어떤 순간엔 배경과 맥락 설명이 필요하다(상황 차이). 결국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다른 업무 전달과 피드백 방식이 필요할 뿐, 자율성을 주는 것 자체가 정답은 아니다.

3. 0~2년차는 대부분 메타인지가 부족하다

본인만의 스타일이 아직 없거나, 있어도 그게 진짜 자기 스타일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시기다. “어떤 피드백이 편하냐”고 물어봐도 실제로는 다르게 반응할 확률이 높다. 본인의 역량과 성과에 대한 인식도 실제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할 수 있다고 다 맡기면 안 되고, 할 수 없다고 아예 안 맡겨도 안 된다. ‘하겠다는 의지’와 ‘해낼 수 있는 역량’은 다른 축이다. 이 둘을 구분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

4. 부정적 피드백에는 항상 순서가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해야 할 때는 순서를 지킨다.

(1) 그렇게 된 이유와 상황 → (2) 하고 싶은/해야 하는 말 → (3) 앞으로 기대하는 변화(개인·팀 차원)

중요한 건 2번과 3번보다 1번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화가 날 때도 냉정하게 이유와 상황부터 떠올려보면, 절반은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연차가 낮아 역량이 부족한 상황, 바쁜 와중에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 나, 여러 일이 겹쳐 신경 쓰지 못했을 상황… 100%는 아니어도 반절은 이해가 된다.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하는 말은 구분해서 생각해보면 도움이 된다. 하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꼭 해야 하는 말인지’ 생각해보면 이불킥을 줄일 수 있다. 말할까 말까 고민될 때에는, 대체로 안 하는 편이 낫기도 하다.

5. 결과물 피드백은 ‘독자(사용자) 관점’으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독자(사용자)를 만족시키는가’라는 명확한 기준 하나로 소통하면 된다. (1) 상대가 놓친 부분을 제안하고, (2) 효용이 있는지 검토하고, (3) 의도에 맞게 더 잘 전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주는 것. 개인의 취향은 주관적이지만, 최종 수신자인 독자의 관점을 빌리면 피드백은 훨씬 객관적으로 전달된다. 팀원 각자의 강점을 살릴 때 더 다양한 관점의 결과물이 나오는 법이니, 상대의 스타일은 존중하되 팀의 결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게 핵심이다.

6. 가치관과 인성을 바꾸는 게 목표가 아니다

사수와 부사수는 일로 만난 사이고, 관계는 조직 안에서만 유지된다. 상대에게 어떤 태도를 기대하면 안 된다. (물론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 기분이야 나쁘겠지만.) 상대가 기분 나쁜 티를 내든 말든, 그것과 상관없이 일의 진행을 위한 업무 배분과 피드백은 하면 된다. 기분 나쁘다고 업무를 안 줄 수는 없다. 그건 그냥 우리 팀 인건비 낭비다.

7. 모든 피드백이 의무는 아니다

피드백은 사수의 의무라고들 한다. 그런데 모든 순간에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피드백보다 우선하는 건 팀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 내가 맡은 일이 잘 끝나는 것이다. 피드백을 위해 업무 시간과 에너지를 과하게 쓰거나,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까지 친절하고 자세한 피드백에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수가 처음이거나, 다른 사람을 과하게 배려하는 성격일수록 ‘친절하고 자세한 피드백’이라는 의무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나의 역할은 피드백을 해주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나와 팀의 목표가 항상 우선이고, 피드백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임을 기억해야 한다.


(마치며) 피드백의 방법이 문제가 아닐 확률

피드백은 방법의 문제라기보다 상대의 성향에 달린 것일 확률이 크다. 상대가 선호하는 피드백 방식, 선호하는 업무 배분 방식이 따로 있을 뿐, 내 피드백 스킬이 부족하거나 방식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그러니 완벽한 피드백의 정석을 찾아 헤매느라 위축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하나씩 실험해보면 된다.

오늘도 정답 없는 피드백 앞에서 혼자 골머리 앓고 있을, 처음 부사수가 생긴 대문자 T, I들에게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