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 과목 중 1과목은 A+인데, 1과목은 낙제점인 학생A
3개 과목 모두 C를 받은 학생B
평균 점수가 같다면, 어떤 학생을 선택해야 할까?

세탁기가 10개라도, 건조기가 1개 밖에 없으면 세탁 시간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1. 협업할 조직, 혹은 함께할 사람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고민이다. 지난 10년간 신규 프로젝트를 주로 맡으면서 함께할 새로운 조직, 새로운 사람을 찾고 협업해야 하는 일이 유난히 많은 나에게도 여전히 어렵다.
  2.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꼭 따져봐야 하는 것은 다섯 가지로 좁혀진다. 책임감, 역량(실력), 커뮤니케이션, 조직안정성(팀워크), 그리고 가격이다. 협업 목적이나 대상의 특성에 따라 우선순위는 조금씩 달라진다.
  3. 핵심은 상대의 어떤 요소가 제일 뛰어난지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요소라도 지나치게 부족하지 않은지 파악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기준 미달인 대상을 먼저 걸러내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4.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투스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을 결정짓는 건 넘치는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소량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질소가 아무리 풍부해도 인산이 부족하면, 식물은 딱 그 인산의 양만큼만 자란다는 것이다. 세탁기가 10개라도, 건조기가 1개 밖에 없으면 세탁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5. 협업도 마찬가지이다. 책임감이 넘쳐도 역량이 부족하면, 그 프로젝트는 역량의 높이만큼만 자라난다.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책임감이 모자라면, 그 책임감의 크기만큼만 완수된다.
  6. 다섯 가지 모두 완벽한 팀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런 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고 해도 나와 협업해 줄 확률이 적다. (슬프게도 나는 항상 예산이 부족하니까)
  7. 다만 어느 한 가지도 치명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팀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한 요소도 내 기준점 미만이 아닌 팀. 다섯 가지 중 한 두가지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해서 나머지의 결핍이 상쇄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팀을 만날 때마다, 뛰어난 지점보다 모자란 지점을 더 눈여겨 보게 된다.
  8. 그리고 그 ‘치명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상태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마도 완주력에 가깝지 않을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힘은 어느 한 부분만 부족하더라도 채울 수 없고, 또 어느 한 부분의 반짝임만으로도 채울 수 없다.
  9. 가장 많이 하는 선택은 아마 가격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다. 예산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을 따지다 보면 다른 요소들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느끼는 건 싸고 좋은 건 없다는 것이다. 가격 대비 좋은 가성비일 뿐. 결국 아낀 줄 알았던 비용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지속가능한 수준의 예산을 정확히 파악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정말로.
  10. 그런 의미에서 좋은 협업이란 어느 한 요소가 눈부시게 뛰어난 팀이 아니라 어느 한 요소도 치명적으로 모자라지 않은 팀을 찾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도 좋은 협업 대상이 되기 위해, 어느 하나를 더 키우려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하나도 구멍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전체적인 평균치를 높여 나가야겠다는 생각.